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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저축을 하는 이유는 물론 애국심이나 충분한 투자 재원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 아니다. 저축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무엇인가 예기치 않은 사태, 이를테면 소득이 없거나 아이들의 학자금을 대거나 은퇴를 할 때를 대비해 돈을 비축하는 것이다.
화폐 통화론자로 유명한 밀턴 프리드먼은 항상소득가설이란 것을 제시했는데 간단히 내용을 요약하면, 사람들이 소비를 할 때는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되는 소득, 즉 항상소득에 맞추어 소비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해에 상당한 보너스를 받으면 이를 항상적인 소득으로 보지 않고 보너스의 상당 부분을 금융 자산으로 저축한다. 또 어떤 해에 상황이 나빠져 임금이 깎이면, 그것도 일시적인 것으로 봐서 저축한 돈을 빼내 지출 수준을 유지한다. 따라서 소비는 항상소득에 맞추어 이루어지는 반면, 저축은 그때그때 실제로 받는 금액에 따라 달라진다. (98p) |
데이빗 스미스 지음, 형선호 옮김, 장재철 감수 '공짜 점심, 점심 시간에 읽는 경제학' 중에서 (이지앤) |
요즘 저축을 얼마나 하고 계십니까.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다보면 만족스러운 액수의 저축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혼 전인 직장인들을 만나면 저는 월급의 절반은 없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저축을 하라고 말합니다. 그때를 놓치면 저축은 점점 더 힘들어지니까요.
오늘 외신을 보니 소비에 익숙하던 '베짱이' 미국인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돈을 모으는 '개미'로 바뀌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실제로 한때 세계 최저 수준이었던 미국의 저축률이 5%대 후반까지 상승했다는데요.
저축은 개인경제에서도 '종자돈'과 '비상금'으로 중요하지만 국가경제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요합니다. 미국은 저축률이 금융위기 이전만해도 2%에 그쳤습니다. 2007년 2.1%였던 것이 2008년 4.1%, 2009년 5.9%, 2010년 5.7%로 크게 상승했지요. OECD 전망으로는 2011년 6.0%,2012년 6.1%로 더 오를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한때 25%에 달하는 높은 저축률을 기록했던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여전히 2%대의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07년 2.9%, 2009년 3.6%, 2010년 2.8%였습니다. OECD 평균인 7.1%보다 크게 낮은 수준인 겁니다.
우리의 저축률은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에 24.7%에 이르렀고, 1990년대에도 20%선을 계속 유지했지만, 지금은 OECD의 최하위 수준으로 급락했습니다. 저축률이 이렇게 낮으면 투자를 충분히 하기가 어려워집니다. 투자를 하려면 해외자본에 크게 의존해야하지요. 저축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설비투자 감소 등의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이 최대 0.15%포인트 둔화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저축률이 급감한 것은 고용상황 악화와 사회부담금 증가로 소득이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여기에 오랜 저금리 정책으로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자부담 때문에 저축을 할 여력이 줄어든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지요. 세상사가 대개 그렇듯 저축률도 물론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이 너무 높은 저축률 때문에 경제의 발목을 잡혔던 것이 그 사례입니다. 하지만 개인이건 나라건 저축률이 높아지면 '잠재력'이 커지는 '선순환 구조'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분명합니다. 지금 '저축' 현실에 대해 점검을 해보아야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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