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성과 일류 승부사 :: 행복한 가치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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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바둑은 유독 반집승이 많은 편인데, 이 또한 극도의 조심성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내제자 시절, 나는 100번 중에 한 번이라도 역전당할 가능성이 있으면 그 판을 크게 이길 수 있어도 그 수를 두지 않았다. 한번은 선생님이 "왜 그 수를 두지 않았냐"고 물었다. 나는 "이 길로 가면 100번 중의 100번을 반집이라도 이길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274p)
이창호 지음 '이창호의 부득탐승不得貪勝 - 아직 끝나지 않은 승부' 중에서 (라이프맵)
"두려움을 극복하는 용기는 조심성으로부터 온다. 조심성이 없으면 결코 일류 승부사가 될 수 없다."
'돌부처' 이창호 기사. 그가 아슬아슬한 반집승을 많이 거둔다 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조심성'이 그것입니다. 조심은 한자로 '마음을 잡는다'는 의미로, 두려움이 위기에 대한 인식이라면, 조심성은 그 인식 이후의 경계하는 마음가짐이라고 그는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겉으로는 두려움과 조심성이 비슷해 보이지만 둘은 크게 다르다는 겁니다.
아무리 멋진 수를 읽어 '대승'을 할 수 있어보인다 해도 단 1%의 역전패 가능성이 있다면 그 수를 두지 않는 사람. 대신 멋은 좀 없어보이는 반집승으로라도 100% 이길 수 있는 수가 있다면 그 길을 가는 사람.
'인기'가 중요한 경우라면 크게 이기고 크게 지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일류 승부사'는 이창호 같은 그런 모습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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